인도네시아 산불 급증에 항공기 64대·인력 5만4천명 총동원
인도네시아 정부가 건기철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항공기 64대와 인력 5만 4,394명을 전국 화재 현장에 긴급 투입했다. 국가재난관리청(BNPB) 소속 항공기 55대와 국군(TNI) 소속 9대가 동원돼 화재 지점 상공에서 물폭탄(water bombing) 작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건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총력 대응으로 풀이된다.
투입된 인력은 화재 위험이 높은 지역에 집중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칼리만탄에 1만 4,759명, 리아우 및 리아우제도에 1만 4,382명이 배치됐으며, 남수마트라(1만 1,026명), 잠비(5,984명), 중칼리만탄(4,686명), 남칼리만탄(3,557명) 등에도 순차적으로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산림부의 위성 감시 시스템에 따르면, 9월 19일 밤 기준 전국의 신뢰도 높은 화재 열점(hotspot)은 1,323개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전인 18일의 546개에서 777개나 급증한 수치로, 단 하루 사이 화재 위험이 두 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다만 열점 수치는 위성 관측 조건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산불 위기는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지난 6월부터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일부 지역에서는 소규모 화재가 산발적으로 보고돼왔고, 7~8월 들어 건기가 본격화하면서 화재 빈도와 규모가 눈에 띄게 커졌다. 8월 초에는 리아우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질 저하가 보고되며 인근 지역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 우려가 커졌던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조기 경보 체계를 강화하고 병력을 순차적으로 늘려왔지만, 9월 들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화재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산불로 인한 연무(haze)는 인도네시아 국내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인접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년 우려돼왔다. 과거 대형 산불 사례에서는 국경을 넘어 대기질 경보가 발령되고 항공편 결항, 학교 휴교 등의 피해로까지 이어진 전례가 있어, 동남아 역내 국가들도 인도네시아의 화재 진압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 16일 화상 회의를 주재하며 국무장관과 법무장관에게 산불 방화 가해자에 대한 제재 규정을 심층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매년 반복되는 인위적 화전 관행이 산불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건기 장기화와 토지 개간 관행이 맞물리면서 산불 위험이 매년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대규모 병력 투입이 단기적 진화 효과를 거두더라도, 근본적인 화재 예방 체계 구축 없이는 유사한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