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반려동물도 '가족'…펫 산업 성장 이면엔 유기 문제 그림자

최근 말레이시아에서도 반려동물을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펫 패런트'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반려동물의 건강과 영양, 복지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지며 소비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반려동물 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반려동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 반려동물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개와 고양이 위주였던 전통적인 반려동물 소유 형태가 최근에는 거북이, 뱀, 조류, 어류 등 이른바 '비전통 반려동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아울러 2023년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000명 중 26.4%가 이미 여러 마리의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답했으며, 반려동물이 없는 응답자 중에서도 26.2%가 향후 입양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나 잠재적 시장 성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관련 산업 역시 프리미엄 사료, 맞춤형 건강관리, 전문 미용·훈련 서비스 등으로 빠르게 다각화되고 있다. 이른바 '동물의 인간화(Humanization)' 트렌드는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아세안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으로, 향후 관련 산업의 고급화와 세분화를 이끌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다만 반려동물 문화 확산의 이면에는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존재한다. 최근 생활비와 물류비 상승은 반려동물 소유주는 물론 펫숍 업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기 동물 규모다. 2023년 발표된 클랑밸리 지역 조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내 유기견은 약 600만 마리, 유기묘는 약 50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복지 단체들은 무책임한 사육과 낮은 중성화율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 수치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말레이시아의 반려동물 시장은 프리미엄화와 다양화라는 성장 동력과 동시에, 유기 동물 증가라는 사회적 부담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산업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 시장 확대뿐 아니라 중성화 지원, 유기 방지 캠페인 등 공공정책과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한국을 비롯한 아세안 각국의 반려동물 관련 산업 전략 수립에도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